- 제목;
- 여권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민변 이은우 변호사)
- 리뷰;
- 생체여권(전자여권) 도입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기본권 제한입법이구나. 근데 여권법 개정안은 누가 만든거야? 국민의 인권은 생각안하고, 국가의 편의만 생각한거야 뭐야?
-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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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면서
가. 생체인식 정보수집 및 취급의 원칙
생체인식(biometric) 이란 지문•얼굴•홍채•정맥•음성•서명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또는 행동적 특징에 관한 정보를 이용하여 자동화된 수단으로 개인을 인증(verification)하거나 색출(identification)하는 것을 말한다. 생체인식은 개개인에게 고유하고, 유일한 정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특별히 민감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논의이다. 정보통신부는 ‘생체인식 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는데, 여기에서도 생체인식 정보의 수집과 이용은 매우 엄격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International Biometrics Association(IBA), International Biometrics Group(IBG) 등에서도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다른 개인정보보다 훨씬 더 엄격한 프라이버시 보호 원칙을 채택하고 있고, 많은 나라들은 생체인식 정보에 관한 프라이버시 보호 원칙을 따로 규정하고 있다 .
나. 기본권 제한 입법의 합헌성 심사 요건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이 도입될 때는 헌법 제37조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한다.그래서 입법의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목적달성을 위한 방법이 적정하고, 피해는 최소에 그쳐야 하며, 공공의 필요가 해당 입법에 의하여 침해될 기본권보다 우월할 경우에만 정당화 될 수 있다. 그리고 기본권의 제한은 국회에서 정한 법률의 형식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이 정당화되기 위한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그 목적달성을 위한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그리고 그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공의 필요와 침해되는 기본권 사이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은 법률 내지 법률조항은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1990. 9. 3. 89헌가95, 판례집 2, 245, 260 등).
2. 국제민간항공기구 권고안의 ‘생체여권’은 어떤 위험을 안고 있는가?
가. 현재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국제민간항공기구 권고안의 ‘생체여권’이란?
현재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안의 ‘생체여권’을 ① 생체여권 그 자체와 ② 생체여권 정보의 데이터베이스, ③ 그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는 곳으로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생체여권 그 자체’를 보면, ‘생체여권’은 ① 스마트 카드, ② 무선 인식 칩, ③ 생체인식 정보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우선, 정보를 수록할 스마트 카드의 용량은 방대한 정보를 수록할 수 있을 만큼 크기 때문에 얼마든지 수록할 정보의 양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신분증에 스마트 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견해가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둘째, ‘무선 인식 칩’(Radio Frequency Chip)은 정보를 무선 전송의 방식으로 주고 받는 칩인데, 여권을 비접착식으로 판독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부착되었다. 셋째는 생체인식 정보인데, 현재 생체여권에 포함될 생체인식 정보는 지문과 얼굴 디지털 정보이다. 얼굴 정보는 얼굴인식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화상정보라고 한다.
둘째는 생체여권 정보의 데이터베이스이다. 여권을 발행할 때 수집한 생체인식 정보와 그 밖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지문정보, 얼굴인식 정보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는지, 여기에 다른 개인식별 정보들도 함께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는지가 중요한 문제이다.
셋째,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는 자이다. 데이터베이스에 누가 어떤 목적으로 접근해서 어떤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인지, 국내와 국외로 나누어 어느 나라와 어느 기관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용목적과 관련해서도 여권에만 이용될 것인지, 아니면 수사기관의 출국금지 요청을 받아서 출국심사시에 출국금지 요청자를 색출해 내는 데에도 사용하는 것처럼 다른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것인지가 중요하다.
나. 생체여권의 문제점
(1) 스마트 카드를 포함한 신분증
생체여권이 도입될 경우 이것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최초의 스마트 칩이 포함된 신분증이 된다. 그 동안 전자신분증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프라이버시 침해의 우려와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우려 때문에 도입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새로운 여권은 스마트 칩을 포함한 전자신분증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스마트 칩을 포함한 전자신분증은 칩에 넣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정보의 양을 손쉽게 추가할 수 있고, 인식기를 설치하여 정보를 수집할 경우 방대한 개인정보가 추적 정보로 수집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인권단체나 NGO로부터 거센 반대를 받고 있다.
(2) RF 칩을 포함한 신분증
RF 칩은 정보를 무선통신의 방식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정보가 가로채 지는 문제점(skimming)이 있다. 또한 RF 방식의 비접착식은 정보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해킹되거나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3) 생체인식 정보 수집의 위험성
생체인식 정보는 각 개개인별로 고유성을 갖는 정보이므로 민감한 정보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그 수집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최소한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권에 생체인식 정보를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지문정보는 매우 민감한 정보이다. 그래서 그 수집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로 국한하고 있다. 주민등록시에 열손가락의 지문을 날인하여 정보를 수집하여 보관하는 것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법적 근거가 있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합헌이라고 보았지만, 3인의 재판관은 법적 근거도 없고, 과잉금지에 위반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여권에 지문정보를 포함할 필요가 위조나 변조를 방지하고, 신속하고 정확한 출입국심사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정도라면,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여권에 지문정보가 포함될 경우에는 외국으로 유출될 위험도 있다.
얼굴정보는 얼굴인식 기술이 발전할 경우 매우 민감한 프라이버시의 침해 위험이 있다. 특히 얼굴정보는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당사자 몰래 수집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얼굴정보를 수집해서 집적해 놓을 경우 당사자는 뜻하지 않는 프라이버시의 침해를 당할 수 있다. 이 정보 역시 외국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4) 데이터베이스의 구축
생체인식정보를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될 경우, 얼굴인식정보는 최초의 데이터베이스가 된다. 지문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얼굴인식정보 데이터베이스가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 데이터베이스는 외국정부에 제공될 가능성이 있다.
3. 생체여권은 필요한가?
가. 정부의 주장
정부는 생체여권을 도입하는 이유 로 첫째, 국제범죄 및 테러방지(최근 국가안보의 중대한 위협요소로 대두하고 있는 국제범죄 및 테러를 방지) , 둘째 보안성 강화(여권의 보안성 강화를 위한 세계적인 전자여권 발급 추세에 부응하기 위함, ICAO 권고에 따라 이미 35개국 이상이 전자여권 발급 중) , 셋째, 편의 증대(전자여권이 보편화되면 전자여권을 활용한 출입국 관리 등의 편의가 증대될 것으로 예상) 를 들고 있다. 그와 함께 미국은 비자면제프로그램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생체여권을 발급받아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비자면제프로그램에 가입하려고 하고 있다.
정부는 생체인식 정보(biometric data)를 수록할 필요성에 대해서 ‘바이오정보는 전자여권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는 ICAO에서 얼굴정보를 필수로 하고 지문정보 및 홍채정보를 선택적 수록사항으로 규정, 향후 지문정보 인식기술을 활용하는 전자여권 전용 무인출입국심사대(Kiosk)가 국내에 설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문정보가 수록된 전자여권 소지자는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출입국심사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장점이 있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전자여권에 수록할 바이오정보 중 필수사항이 아닌 ‘지문’ 수록의 이유에 대해서는 지문정보는 그 특성상 얼굴정보에 비해 본인 인증률이 현저히 향상되는 장점이 있어 전자여권의 보안성 극대화를 도모함(인증률 : 얼굴 인증 실패율 4.35%, 얼굴 + 지문 인증 실패율 0.004%, 출처 : 전자여권 정보화전략계획 수립 연구용역)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지문정보 수록에 대해서는 ‘국제적 추세라고 볼 수 있음. 현재 자국 여권에 지문정보를 수록한 국가는 3개국(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이나, EU가 2009. 6. 28한 지문정보를 수록하기로 하였으며, 특히 독일은 금년 11월부터 지문정보를 수록하기로 함’이라고 설명한다.
나. 테러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 생체여권의 도입이 필요한가?
(1) 정부의 주장
테러위협 때문에 생체여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최근에 제기되었다. 최근 전자여권 도입을 위한 공청회(2007. 2. 23.) 때까지만 해도 전자여권의 도입 이유로 위변조 방지와 불편해소를 들었는데, 최근 갑자기 테러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을 들고 있다. 정부는 위조, 변조를 방지할 수 있는 전자여권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국제범죄 및 테러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체여권의 도입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생체여권을 도입하는 것과 테러위협에 대처하는 것은 전혀 상관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생체여권을 도입하는 것이 테러위험을 막는 것과 관련이 있으려면, 한국 국민이 테러관련자이고, 생체여권을 도입할 경우 테러관련자의 활동 방지나 추적 또는 검거가 쉬워야 한다. 그러나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2) 테러 위협에 대처하는 것은 입국심사 정책에 달려 있다
테러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국내입국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그렇게만 한다면 생체여권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우리나라에서 생체여권을 도입할 것인지와 외국인의 입국 심사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체여권을 도입한다고 해서 외국 정부에게 생체여권의 도입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물론 미국처럼 비자면제프로그램에 들어오고 싶으면 생체여권을 도입하라고 하거나, 생체여권을 보유하지 않은 입국자에게는 따로 생체인식 정보를 입국시 제공하도록 요구할 수는 있을 것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입국할 때, 외국인과 외국 정부에게 어떤 정보를 요구할 것인지(외국인으로부터 지문 정보, 홍채 정보, 얼굴 인식 정보를 받을 것인지, 받은 정보를 보관할 것인지, 외국 정부에게 생체인식 정보의 데이터베이스 정보 제공을 요구할 것인지, 그래서 데이터베이스와 접속하여 정보를 조회할 것인지)는 우리나라에서 정할 입국심사에 대한 정책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테러위협을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입국자로부터 생체인식 정보까지 모으고, 외국인의 형사범죄 기록을 확인하고자 한다면 그와 같은 내용으로 입국심사 정책을 변경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에게 과도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인권의 측면에서나, 교류의 활성화를 위한 측면에서나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이 9.11 사태 이후에 미국에 입국할 때 지문과 홍채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여(US-VISIT), 브라질, 중국 등과 국제적인 마찰을 빚은 것을 볼 수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입국심사 시스템 하에서는 만약 생체인식 정보를 수록한 생체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예를 들면 말레이지아 국민)이 우리나라에 입국할 경우에도 생체인식정보 인증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생체인식정보를 기준으로 본인 인증을 하지는 못한다. 단지 육안식별을 할 뿐이다.
향후 생체인식정보 인증시스템이 구축되고, 해당 국가가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면 인증이나 색출 등의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생체인식 정보를 수록하지 않은 국가의 국민(예를 들면 중국 국민)이 입국할 때는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본인 확인을 할 것이다.
(3) 외국에서 우리나라 국민에게 요구하는 정보와 관련하여
외국에서 우리나라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정보를 요구할지는 생체여권의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국가의 입국심사 정책에 달려 있다. 미국과 같이 위험 요소가 많은 국가의 경우는 많은 정보를 요구하기도 하고, 안전한 나라들은 여권의 진위 여부만을 확인하고 입국을 허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만약 생체여권이 도입될 경우 해당 국가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다.
(4) 생체여권과 테러위험 방지
우리나라 국민들의 여권을 생체여권으로 변경한다고 해서 외국에 대해서도 생체여권을 도입하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테러위협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테러행위에 가담한 테러 용의자이고, 생체여권으로 그 국민의 추적과 검거가 용이해야만 생체여권의 도입이 테러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가정하기 어렵다.
다. 위변조 방지를 위해서 생체여권이 필요한가
(1) 전사방식과 위변조 방지
현재의 여권은 사진을 스캔하여 프린트하는 사진전사방식이다. 이것은 국제민항기구(ICAO)에서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기계판독여권(Machine Readable Travel Document)의 표준(ICAO DOC 9303)을 따른 것이다. 사진전사방식은 초박막 필름에 한국을 상징하는 무궁화, 훈민정음, 거북선 이미지와 함께 다양한 문양을 넣고 특수렌즈로만 볼 수 있는 고스트(ghost) 이미지 등의 최첨단 보안요소를 다수 적용하여 위변조를 하기 어렵다고 한다.
(2) 생체여권의 위변조 가능성과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사진전사방식에 비해 생체여권이 보안성이 강화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해당 생체여권을 위변조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RF 칩에서 전송되는 정보를 해킹하여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쉬워진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생체여권의 위변조 가능성과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 편리한 출입국 심사
생체여권을 이용할 경우 출입국 심사가 얼마나 편리해질까? 그다지 효과는 없을 것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출입국 심사를 편리하고 빠르게 하기 위해서 기계판독식 여권이나 여행서류(Machine Readerble Passport/Travel Document)를 발급하도록 하였고, 우리나라의 현행 여권은 이 표준에 부합하는 것이다. 현재 MRP/MRTD를 채택한 나라는 100여국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생체여권이 이런 MRP/MRTD보다 얼마나 더 출입국 절차를 간편하게 할지는 알 수 없다. 생체여권이 얼굴인식 정보를 포함하더라도 얼굴인식 정보를 식별할 수 있는 기구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사람이 육안으로 대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지문정보를 수록하고, 지문인식기를 설치하여 지문을 대조하고 입국심사를 받도록 한다면 절차는 빨라질 수 있으나, 지문인식기를 도입할 나라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한편 미국의 NGO인 EPIC에서 정보공개를 통해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행 여권과 같은 MRZ 방식이 칩 방식보다 판독율이 월등히 높았다고 한다. 결국 RF 칩 방식이 정확도도 떨어지기 때문에 정확하고 빠른 출입국심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생체여권을 발급할 경우 출입국 심사가 빠르고 편리해질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허구임을 알 수 있다.
마. 미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 가입을 위해서
미국은 비자면제프로그램에 가입하려면 생체여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개정된 VWP 현대화법 에 의하면 비자면제프로그램에 가입하려면 생체여권만 도입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ETA(Electronic Travel Authority)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협조해야 하고, 여행자 정보공유 협정을 체결하고, 대테러전에 협력해야 한다.
ETA 시스템은 미국의 국토보안청이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미국 여행 2일 전까지 생체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정보(생체정보와 법적인 집행과 관련하여 존재하는 정보나 위험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로 국토보안청장이 미국 여행을 허가하는데 필요한 정보라고 결정하는 정보) 를 기재해야 한다. 여기에는 여행에서 만날 사람에 대한 정보나 사업 약속에 대한 정보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VWP)의 가입조건> 구분 요건 변동내역 필수적 요건 비자거부율 수정(완화) 전자여권 불변 사법협력 불변 도난ㆍ분실여권 통보협정 체결 수정(강화) ETA 시스템 도입 협조 신규 불법자ㆍ범법자 추방 협조 신규 여행자 정보공유 협정 체결 신규 재량적 요건 공항보안기준 충족 신규 항공 보안관 제도 실시 신규 여권 및 여행자 문서 기준 충족 신규 대터러전 협력 신규 여행자정보공유 협정(bilateral agreements on passenger information exchange) 에 어떤 정보의 공유를 요구할지는 알 수 없다. 결국 비자면제프로그램에 가입할 경우, 제공되는 정보는 비자면제프로그램에 가입하기 전보다 더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비자면제프로그램에 가입을 해도 90일 이상의 장기여행객이나 어학연수, 취업, 유학을 위한 입국에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비자면제프로그램으로 혜택을 볼 사람은 연간 겨우 2-30만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과연 2-30만명의 편리를 위해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여러 가지 우려가 따르는 새로운 여권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인가?
바. 보론 – 현행 여권은 ICAO 표준을 충족하지 못하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 현행 여권은 ICAO 표준을 충족하고 있다. ICAO는 생체인식정보가 포함된 비접착식 RFID가 포함된 여권은 권고하고 있을 뿐이다.
4. 왜 생체인식정보 여권을 도입하려고 하는가?
가. 생체인식정보 여권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생체인식정보 여권을 도입하려는 노력은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끊임없는 테러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출입국 심사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9.11 사태 이후 PATRIOT Act를 통해서 US-VISIT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생체인식정보 여권의 도입을 국제적으로 확산하기 위해서 ICAO와 비자면제프로그램을 활용하기로 했다.
반면에 유럽연합은 국경통합을 이루었기 때문에 역내의 통일적인 신분증, 통일적인 사법과 치안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과 유럽연합은 생체인식정보 여권 도입에 이해가 일치한 것이다.
결국 생체인식정보 여권으로 미국과 유럽이 얻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테러의심자(테러행위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이 드는 사람들)의 생체인식정보이다. 미국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불문하고 테러의심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자 하는 법안을 제안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이 법안은 미국 내에서 시민단체들로부터 격렬한 반대를 받고 있다. 미국은 어떻게든 테러의심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고 한다. 이들의 지문이나 얼굴인식 정보를 얻어서,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이들이 입국하지 못하게 하거나, 입국할 경우 감시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나라에서 생체인식정보를 수집해야 하고, 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어야 하고, 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 각국이 생체인식정보 여권을 도입하는 것이다. 사실 미국이 원하는 바대로라면 테러의심자가 가장 많은 국가들이 생체인식정보 여권을 도입하고, 이들이 자국에게 자국민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이슬람권 국가들이 미국의 이런 정책에 동조할 리는 없다. 그리고 남미권에서도 미국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다른 하나는 각국으로 연결되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다. 여행정보 데이터베이스나, 범죄경력 데이터베이스를 얻고자 하는 것이며, 이런 데이터베이스를 국제적으로 통합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 생체인식정보 여권 도입의 과정
(1) 미국의 경우
미국에 생체인식정보 여권이 도입되게 된 것은 9ㆍ11 때문이다. 9ㆍ11 이후 미국은 법률을 개정하여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해서 지문과 홍채정보와 같은 생체인식정보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이런 조치는 다른 나라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므로(실제로 브라질, 중국 등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샀다), 미국은 각국에서 생체인식정보 여권을 도입하도록 아울러 노력을 기울였다. 그것이 비자면제프로그램과의 연계이고, 국제표준화를 추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비자면제프로그램에 머무를 수 있는 조건으로 생체인식정보가 포함된 여권을 채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국제민간항공기구를 통해서 생체인식정보 여권을 권고안으로 채택하도록 유도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국제민간항공기구의 생체인식정보 여권은 권고안에 불과하고, 표준은 기계판독여권이다.
한편 미국은 외국인에게 생체인식정보의 제공을 요구하고, 비자면제프로그램에 가입하기 위해서 생체인식정보 여권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 것에 대한 상호조치로 미국 국민에 대해서도 생체인식정보가 포함된 여권을 도입하기로 하였다.
(2) 유럽연합의 통일여권 도입과 생체인식정보 여권
유럽연합의 통합과정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유럽시민에게 통일적인 여권을 발행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1974년 파리에서 개최된 유럽 정상회의(European Summit of 9/10)에서 유럽시민에게 통일적인 여권을 도입할 것이 제안되었고, 이를 실무그룹에서 연구하기로 했다. 그 후 로마에서 열린 1975년의 European Council에서 정부 대표(Head of State and Government)들은 1978년부터 통일 여권을 도입ㆍ발행하기로 합의했다. 실무그룹의 오랜 연구 끝에, 1981. 6. 23. 회원국 정부 대표의 결의(Resolution of the Representatives of the Governments of the Member States)로 1985년부터 통합여권을 발행하기로 했다(OJC 241 of 19.09.1981, p.1). 이 1981년의 합의의 후속 결의로 1982년, 1986년, 1995년 , 2000년에 통합여권에 대한 결의가 있었다.
이런 결의에 따라서 최근 유럽연합은 유럽연합의 통일 여권에 생체인식정보를 수록하는 여권을 채택하기로 했는데, 여기에는 얼굴인식 정보와 지문정보를 포함하기로 했다(Council Regulation on standards for security features and biometrics in passports and travel documents issued by Member States). 유럽연합은 지문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유럽차원에서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5. 여권법 개정안의 문제점
가. 생체여권 도입 필요성
앞에서 본 것처럼 생체여권을 도입할 필요성이 충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도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권 제한입법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나. 생체여권의 수록 내용(소위 ‘여권정보’)과 법정주의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생체여권은 ‘생체인식 정보’인 얼굴 정보와 지문 정보를 수집하여 여권에 포함시키되, 스마트 칩에 정보를 수록하여 포함시키고, 무선 주파수 방식의 정보 인식을 요점으로 하고 있다. 이런 사항은 기본권을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생체인식 정보의 원본 정보를 보관할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것인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면 이를 누구와 공유할 것인지, 정보의 보관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도 반드시 법률로 정해야 할 핵심적인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권법 개정안에서는 단지 ‘지문 등 여권을 발급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외교통상부장관은 여권정보를 해당 공공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지문 등 여권정보를 필요한 기간동안만 보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다. 개인정보보호 기본원칙에 부합여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기본원칙 에 의하면 개인정보수집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최소한의 정보를 수집하고, 개인정보가 보관된다면 보관주체는 누구인지, 보관기간은 얼마인지, 보관목적은 무엇인지,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에는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제공하게 되는지를 상세하게 규정해 놓고, 사전에 이를 정보주체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나 여권법 개정안은 이런 내용이 전혀 없다.
라. 여권전자인증체계
여권법 개정안은 여권전자인증체계를 구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제22조는 여권의 위변조를 방지하고 여권등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된 여권 등의 발급 및 기재, 수록사항의 확인 등을 위한 정보체계를 구축하도록 하였는데, 그 내용에 대해서는 모두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여권전자인증체계는 데이터베이스를 포함한 개인정보시스템이 될 것인데,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않고 모두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도록 한 것이어서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한다.
마.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벌칙규정 등
개정안은 여권정보의 보호를 제6조에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여권정보의 침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벌칙규정도 두지 않았다.